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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에 해당되는 글 1건
Aesthetics of night :: 2007/02/19 18:58

   제아무리 거대한 동물의 시체같은 도시라도 밤풍경은 아름답다.

   사주팔자에 거명된 역마살과 아버지의 은덕에 힘입어 후천적으로 생겨나버린 방랑벽을 주체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야 하는 행로의 와중에 내가 서 있던 시간은 모두 밤이었다.

   깨어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흑백논리로 무장하기에 앞서 '밤과 어두움'이라는 명제는,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나를 제외한 여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용히 휴식을 취하거나 내일을 준비하는 요지부동의 수면시간을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집중력과 애착이 배가되는 발판이 되어준다.

   다시 말해 일조량이 전혀 없어 어두운, 그래서 환하게 인공적인 조명을 만들어 비추어야만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편함을 가져다 주지만, 한편으로는 그에 수반되는 행동상의 제약으로 인해 적어도 '나'라는 한 사람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하게 조용하고 안정적이며 모든 효율이 제고되는 신비의 명약같은 공간감을 가져다 준다는 뜻이다.

   - 비록 그것을 부여잡고 계속 있다가 종국에 쏟아내는 것은 불면에 수반되는 두통과 무기력감이지만 -

   언젠가 직장 동료가 우스개소리로 '넌 유럽으로 가면 시차가 딱 맞아서 성공하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어두워지는 시간대에 고정적으로 길들여져 있는 상태가 아니라 '밤'이라는 환경에 최대 토크(?)를 내도록 설계되어 있는 엔진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유럽으로 간다한들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의 시간대가 아닌 유럽의 밤에 또 길들여질 것이 뻔하다면 너무 궤변일까?

   언젠가 학창시절에 엠씨X퀘어와 같은 집중력 배가장치를 사용했던 것처럼 나같은 '밤 지향적 인간'이 집중력을 배가시키고 정신을 정화할 수 있는 모종의 장소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 있다면 아마 꽤 많은 수요자들이 몰려들 것이라 생각한다. 인공적으로 24시간 중단없는 밤 환경을 제공하는 일종의 테마 플레이스 말이다. -_-b

   얼핏 들으면 '히키코모리(주=은둔형 외톨이)' 같은 상상이지만, 호주와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이 거꾸로기 때문에 하계스포츠나 동계스포츠를 서로 스와핑(?)해가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듯 뭐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사람에 따라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와 나는 질적으로 틀리다는 분명한 확증이 있다.

   식구들이나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잘 하고,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 TV 시청을 하거나 인터넷에 몰두하는 은둔형 외톨이들과는 달리 정상적으로 밤에 조금 늦게 잘 뿐 어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낮에는 정상적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자기혐오나 상실감 또는 우울증 증상 따위는 없다.

   히키코모리를 동경하는 야간지향적 인간형이라고나 할까? ^^;
   (젠장, 꿈은 이루어진다고 누군가 어디서 외치는 환청이 들린다 -_-b)

   주접스러운 명절 연휴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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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9 18:58 2007/02/1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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