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Google
전체 (24)
추억(追憶) (10)
방랑벽(放浪癖) (9)
얼리 어답터 (5)
학구(學究) (0)
EeePC 1000H vs WIND U100+
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   2010/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62741 Visitors up to today!
Today 24 hit, Yesterday 62 hit
'여행'에 해당되는 글 2건
제주 여행기 #1 - Prologue :: 2007/08/15 23:58
(주)청해진해운의 인천↔제주간 오하마나호 승선권

<주 3회 왕복운항하는 인천↔제주간 오하마나호 1등 가족실 승선권>


   모처럼 만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보낸 3박 4일간의 여정은, 언제나처럼 긴긴 가뭄 끝의 단비처럼 해갈과 충족이란 단어로 포장된 큰 선물을 남겨주었고, 여기에서 비롯된 에너지를 초석삼아 이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금요일 밤 7시에 인천 연안부두에서 대형 여객선을 타고 토요일 아침에 제주항에 내려서 시작될 예정이었던 짧지만 긴 여정은, 여러 가지 우발상황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결국 백업으로 예약해 두었던 토요일 아침 8시 인천공항발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제주도에 입도(入島)하게 되는, 다소는 변형적인 모습으로 시작되었지만 유쾌하기 그지없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제주도에서 보낸 시간과 그에 얽히고 섥혀 있는 모습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계의 발자국 소리를 뒤로 한 채 추억이라는 단어로 재포장되어 기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 찬바람이 불고 또 다른 하나의 여정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수순을 밟을 때 까지는 여흥(餘興)이 효력을 발휘해서 삶에 충실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5명이라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이 동행하다 보니 계획단계와 여행의 와중에 좌충우돌하는 의견 충돌도 다소는 있었지만, 이것은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바꾸어 말하면, 그런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서기 이전에, 제주도에서 보낸 3박 4일의 시간을 반추하며 후일에 추억할 수 있는 담화거리로 만들기 위해서, 글로 남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7/08/15 23:58 2007/08/15 23:58
Trackback Address :: http://www.laysys.com/trackback/25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외가쪽 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신 95년 이후로 발길이 뜸해질 수 밖에 없었던 영덕을 다시 찾은 것은, 읍내를 지나 축산면에 있는 작은 마을에 볼일이 있어서였다.

   새로이 개통된 대구-포항간 고속국도(일명 대포고속국도)를 타고 1시간 남짓한 시간을 달리자, 익숙한 해변을 끼고 7번 국도의 수려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 수학여행 왔던 학생들이 사진을 찍다 실족사했다는 얘기가 왕왕 들리던 - 보경사가 있는 청하를 지나 두어 개쯤 있는 군부대 위병소를 지나치자, 20년 전쯤엔 까무잡잡한 얼굴에 눈매가 매서운 해병대 헌병들 - 빨간 글씨의 하얀 철모 - 이 버스에 올라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를 외치던 검문소를 만난다.

   지금은 교통량이 많이 늘어서인지 아니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 무장탈영이나 중요한 범인의 도주로 차단 등 - 불심검문이 없어진 탓인지 지나다니는 버스를 세우고 검문검색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새로이 단장한 화진휴게소의 모습과 경보화석박물관,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음식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어촌마을들을 지나치기를 여럿, 그나마 머리속 어느 구석엔가 다소 익숙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강구사거리가 나타난다.

   7번 국도와 영덕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본적이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306번지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고향이 근처에 자리한 탓도 있고 어릴적 첫 여행에 대한 기억의 대부분이 보통 서너시간은 버스를 타고 외가집에 가던 방학중이나 주말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동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천, 안동을 거쳐 청송보호감호소가 있는 진보면을 지나가는 5시간 거리의 제1코스와 구미, 경주에 연하는 경부고속국도를 달려 포경산업도로를 지나 7번 국도로 접어드는 제2코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유년시절의 외가집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특히 가는 길보다는 돌아오는 길이 더욱 그랬는데, 오랜만에 온 외손자들을 위해서 만들어둔 장류와 마른반찬 등을 잔뜩 싸서 담아주시는 외할머니 덕분에 돌아오는 길 식구들은 빈 손이 없을 정도로 들고, 메고, 짊어지고 버스를 타고 오곤 했었는데, 영덕에서 포항이나 안동까지는 버스가 자주 다녔지만 포항이나 안동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터미널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무척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식사 이후 4차선으로 확장된 새로운 7번 국도를 달리며 영덕읍내를 지나칠 무렵,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주 드나들던 때에는 작은 변화에 둔감해 잘 몰랐던 것들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근근이 몇 번 들르지 못하는 동안에 큰 변화로 탈바꿈해 이제는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이 다분히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 속에서 전동차에 치인 듯 멍한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동안에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과는 다른 어떤 느낌이 뇌리를 스친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시간의 발자국 소리 자체에 대해서는 둔감했던 내 자신이 아차 싶었다.

   길어야 100년, 얼마 주어지지 않은 시간을 알차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지난 시간의 우유부단함과 부화뇌동에 대한 자숙의 동기를 7번 국도와 영덕의 변화가 부여해준 셈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회상의 강을 건너는 동안, 산산이 조각난 채 강바닥 어딘가에 머물러 있던 기억의 편린을 무수히 건져내며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7/03/15 21:53 2007/03/15 21:53
Trackback Address :: http://www.laysys.com/trackback/15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