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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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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하루를 남겨둔 3월 달력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근 몇달간 매양일색 KTX 였던 휴가길 행로를 바꿔보고 싶은 욕망이 불끈 샘솟는다. 대구시내는 여타의 중남부지방 도시와 마찬가지로, 저 멀리 서해바다 건너 사막에서 날아온 뽀얀 흙먼지로 온통 뒤덮여 있었고,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수 또한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대구에서 경기도 안산까지 300여 킬로미터를 가야하는데 반해,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19시 30분쯤 나선 내 발걸음은 까닭을 알 수 없이 가볍기만 하다.

   황사를 조금이라도 피해보고자 아파트 통로 입구에서 5분 전에 미리 불러둔 콜택시에 올라타고 북부정류장으로 향한다. 북부정류장에 도착했을 때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 경상북도의 경계선을 넘어 충북이나 경기도로 넘어가는 장거리 시외버스는 이미 19시 30분에 막차가 모두 떠나버린 상태다. 2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출발하는 구미행 시외버스에 무작정 몸뚱아리를 실었다.

   범인(凡人)들은 적잖이 당황할 만한 이런 상황 - 직행할 수 있는 막차가 끊어져 버린 시츄에이숀(?) - 을 역마살에 방랑벽까지 겹쳐버린 나 같은 사람들은 즐기게 마련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분명 돌고 돌아서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시 있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신념과 여지껏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전례가 모종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남구미 나들목에서 구미시내로 진입한 시외버스는 순천향대학병원이 있는 낯익은 구미공단 정류소를 지나 종합시외버스터미널에 당도했고, 구미에서도 역시 대구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장거리 시외버스는 포항이나 부산에서 출발해 구미를 들러 오산, 수원이나 인천 등지로 가는 심야버스 몇을 제외하고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터미널의 시각표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있을 거라는 것도 짐작해본다.

   5년 전쯤에 늘상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로 터미널 앞 택시정류장 건너편에서 택시를 잡아고는 "역전이요"를 외친다. "기차 타시게요?" 라는 기사아저씨의 반문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

   약 0.5초 동안의 시간에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은, "네"라는 대답을 하면 "어디까지 가시는데요?"라고 물어본 연후에 지근거리를 가는 손님이면 늦은 시각과 열차의 긴 배차간격을 핑계삼아 자기 차를 타고 가라고 꼬드길 택시기사의 다음 행동에 대한 예측이었다.

   예측가능한 선문답을 피하기 위해 지레짐작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아뇨, 누구 만나러 가는데요." 라는 대답을 돌려줬더니 "아, 그래요. 요즘은 기차 타는 손님들은 뒷쪽에 내려드리거든요. 그래서 물어보는거에요."라는 예상 밖의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역전에 내려선 뒤에야 현문우답(?)에 대한 연유를 간파할 수 있었는데, 민자역사로 멋지게 탈바꿈한 구미역의 모습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단층짜리 작은 건물에 역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작은 다리 하나만이 우두커니 역을 가로질러 서 있던 과거 역사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던 나는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제트기의 애프터 버너(AfterBurner)에서 재연소된 화염이 분출되는 사구의 그것처럼 아가리를 떡하니 벌리고 있는 계단 끄트머리의 입구부터 시작해서, 던킨도넛 매장 진열대 위의 잘 정돈된 빵처럼 정형화된 박스형 공간에 들어서 있는 내부의 음식점들까지 하나하나가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왕지사 늦어버린 집에 가는 길을 더욱 즐겁게(!) 가기 위해 자동발매기에서 무궁화-KTX 환승표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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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역에 도착해 약 20분간을 쉬어가는 여정이다. 21시 26분에 구미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는 23시 05분에 대전역에 도착했고, 때마침 강릉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대전으로 들어오는 전기기관차와 객차 4량이 한쌍으로 어우러진 열차행렬이 목전에 들어온다.

   디젤기관차 특유의 굉음과는 달리, 조용히 이음새 사이를 지나가는 철제 휠의 뚝딱거리는 소리만이 선명하게 청각신경을 자극하는 듯 했다.
   
   플랫폼에 멈춰선 전기기관차는 지붕위의 전차선에 붙어 있던 팬터그래프(Pantograph) - 트롤리 폴(Trolley Pole), 뷔겔(Bügel) 등과 같이 고정부분과 유동부분의 사이에서 전력을 전달해주는 집전장치(集電裝置)의 한 종류 - 를 내리면서 강릉부터 참아온 긴 숨을 몰아쉰다.

   검수원들이 차륜과 각종 기계장치들을 망치로 두들겨가며 육안으로 살펴보는 동안 객차 내부에서는 몇 명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좌석 머리받침에 걸쳐 있던 종이재질의 커버를 벗겨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디카를 꺼내 기관차의 측면부를 촬영했다. 잘못된 일은 없지만, 왠지 기관차의 휴식에 방해될 것 같은 조심스러움이 한층 더해진 탓이다.

   일찍이 전철화된 중앙선의 일부라거나, 태백선이나 영동선 철도와는 달리 경부선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전역에서 이렇듯 전기기관차를 볼 수 있는 것은 그리 얼마 되지 않은 일로, KTX가 다니게 되면서부터이기에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우두커니 서 있는 육중한 전기기관차를 바라보면서, 쉴새없이 달려온 녀석의 지금처럼 나도 쉬고 싶다는 생각에 잠긴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떠나는 짧은 여행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나브로 많은 것들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여로에서 내가 얻는 감흥과 카타르시스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들'의 범주에 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역마살과 방랑벽에서 기인하는 적과의 동침같은 나홀로 여행을 도저히 끊을 수가 없나보다.

   3박 4일간의 짧은 휴가에서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은 벌써부터 관광교통 시각표 책자속의 타임테이블을 이리저리 조합하며 다음 여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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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5 22:04 2007/04/0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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