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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옆 골목길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옆 골목길, 왼쪽 담장 너머로 까치발을 하면 운동장이 보인다

    커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중 한 가지는, 같은 사물과 장소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유년기에 굉장히 넓어 보이던 편도 2차선의 등하교길이, 서울이나 수도권의 훨씬 넓게 뚫린 도로를 달리며 살다 오랜만에 내려오면 아주 좁게 느껴진다던가 하는 경험 말이다.

   사람의 환경 적응력이 워낙 빠른 탓에서 기인하는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떨 때에는 놀라움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것은 아주 오랜만에 접하는 사물일수록 그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예를 들어, 20년 만에 옛 기억을 더듬어 골목길을 찾아갔을 때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길을 목전에 마주대하게 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을 느낀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지도가 바뀌는 현대에서는 이렇듯 20년 동안 지형지물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이때, 조금 변한 채로 남아 있는 길에서는 약간의 신선함과 함께 '옛날엔 길이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아예 길이 없어진 경우이다. 관악구 신림동 인근의 "난곡택지개발지구"라든가 충주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충북 단양군의 수 개 마을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물 사진보다는 아무도 없는 풍경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것에 집착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언제 무엇이 바뀌어 있을지 모르는 스피디한 세상에서, 증인 없는 나의 과거로 가는 유일무이한 열쇠이자 회상의 창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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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11:21 2009/10/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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