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Google
전체 (24)
추억(追憶) (10)
방랑벽(放浪癖) (9)
얼리 어답터 (5)
학구(學究) (0)
EeePC 1000H vs WIND U100+
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56819 Visitors up to today!
Today 18 hit, Yesterday 34 hit
'기차'에 해당되는 글 2건
   살을 에일 듯한 추위가 온몸을 엄습하는 겨울날 새벽, 서울가는 첫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 서 있었던 기억은 비단 나 혼자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를 종단하는 제2의 철도인 경부선이 지나가는 축복받은(?) 땅에서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자랐던 나는 더더욱 그런 기억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서울과 부산 사이의 경부선과 영주로 향하는 경북선이 분기하는 곳, 경북 김천시.

   1948년에 포항, 수원과 함께 시로 승격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살고 있는 사람의 머릿수를 헤아려 보면 그다지 변화가 없는 전형적인 소비도시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2개의 철도 노선이 서로 교차하는 - 비록 그 중 한 개 노선은 단선이었지만 - 장점을 부각시킬 수 없어 새마을호 열차도 거의 정차하지 않던 곳.

   지금은 폐선되어 '철로자전거'라는 관광아이템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문경 가은읍 일대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을 수송하던 산업철도의 연장선상에 아련한 흔적만이 남아 있는 그곳이 바로 나의 유년기 16년을 보낸 곳이었기에, 거대한 동물의 시체같은 서울에서 한 주를 보내고 주말이면 내려가야 하는 곳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지금처럼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지 않은 1990년대 후반, 내가 다녔던 회사 또한 토요일에도 규정된 근무시간을 채워야 했었고 IMF 를 전후하여 어려운 사정 덕분에 토요일도 오후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토요일 저녁시간 즈음에 지친 몸을 이끌고 간단히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227.6Km 에 달하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고속버스에 몸을 싣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방법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간혹, 대전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다시 기차로 환승하는 두 가지가 믹스된 루트를 택해서 가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내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고속버스였다.

   토요일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아 기차표를 예매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고, 혹 운이 좋아 즉석에서 표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피곤에 절은 몸으로 깊은 잠에 빠지면 내려야 할 곳에서 못 내려 지나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노파심에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는 고속버스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것에도 걸림돌이 있었다. 워낙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던 데다가 중소도시였기 때문에 서울과의 사이에 유동인구가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버스의 배차간격이 1시간 30분 정도로 길고, 막차도 18시 20분에 일찍 끊어지는 등 조금만 늦게 일이 끝나도 집에 바로 갈 수 있는 직통노선은 탈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택한 방법이 아예 23시경에 출발하는 대구행 심야우등 버스표를 이지티켓에서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 두었다가 - 지금은 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지티켓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 일이 조금 일찍 끝나면 기다려서 타는 방법으로 동대구 한진터미널에 새벽 3시경에 도착하면 조금 걸어서 동대구역까지 간 다음, 04시 15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첫 통일호를 이용해 김천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에도 문제는 있었다.

   바로 동대구에 조금 일찍 도착하거나 하면 열차 출발시각과 거의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뚜렷한 우리나라의 사계 중 봄, 여름, 가을까지는 별로 지장이 없는데 반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는 고속터미널에서 동대구역까지 걸어가는 일조차 고역이었을 뿐더러 - 4시간 동안을 내리 자다가 일어난 직후에는 - 동대구역에 가서도 마땅히 시간을 보낼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금 시간이 많이 남는 날에는 역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되었고, 고속터미널에서 걸어오는 방향의 역사 바깥쪽에 냄비우동과 어묵, 즉석햄버거 등을 팔던 가게가 있어 우연히 한 번 들렀다가 그곳의 냄비우동 맛에 반한 뒤로는 이 냄비우동을 먹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 맞춰 심야우등을 타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닳고 닳아서 새까맣게 탄 흔적마저 배어 있는 양은 냄비에 약 1분간 끓여서 집게로 집어 쟁반에 올려주는 냄비우동과 단무지 맛이 가져다 주는 오묘한 조화와 함께 우동면발과 곁들여진 야채 토핑들 사이로 꼭꼭 숨어 있거나 아예 위에 올라타 있는 조그마한 계란 토핑을 찾아내 '터뜨려 먹을지 흰자위만 풀어서 먹고 노른자위는 반숙을 만들어 먹을지' 등을 고민하는 따위가 시간을 보내기엔 아주 그럴싸했다. - 적어도 범인(凡人)들이 하지 않는 행동과 생각을 일삼는 나의 대뇌피질 구조하에서는 말이다 -

   우동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손님이 많지 않으면 훈훈한 온기를 맞으며 따뜻한 곳에서 열차를 기다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 실상은 새벽열차를 타러 오는 승객들 중 아침을 못먹은 사람들이 많기 떄문에 겨울에는 거의 빨리 먹고 비켜줘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 신문도 보고 여하지간 앉아서 남은 시간을 떄울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제공했기 때문에 둘도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통일호 객차가 사라지고, 무궁화호로 승격되면서 열차 출발시간이 뒤로 조정되어 04:30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바뀐 뒤에도 한동안 이 냄비우동을 애용했었지만 1999년에 오너 드라이버가 되면서부터는 내 머리속 기억의 강 저편에 자리잡은 이 훌륭한 아이템은 잊혀지는 듯 했다.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자 민자유치로 지어진 복합역사가 들어서고 각지의 역들이 화려하게 탈바꿈하면서는 레시피 같지 않은 레시피와 포장된 상태의 면발을 앞세운 천편일률적인 '홍익회 플랫폼 우동'의 가공할만한 물량공세 앞에 냄비우동집은 일순간 사라져 버렸고, 옛날 생각이 나서 가게가 있던 곳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동대구역도 민자유치로 지어진 신역사가 커다란 아가리를 벌린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얼마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찮은 기회에 동대구역 냄비우동에 대한 찬반양론(?) 내지는 갑론을박(?)이 오고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고, 거기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동대구 신역사 안 롯데리아 옆에 냄비우동을 파는 가게가 있다'라는 얘기였는데 '맛있다'와 '그냥 우동이네'라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을 보고 역시 음식 맛은 다분히 '먹는 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동대구역에서 추운 겨울날 새벽 냄비우동을 즐겨 먹곤 했었던 것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이유 또한 다름아닌 냄비우동의 '맛있는 맛' 때문이 아니라 양은냄비에 담겨져 나오는 냄비우동을 후후 불어가며 먹던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니까 말이다.

   아직 동대구역 신역사 내에 존재한다는 냄비우동 가게를 찾아가 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서울 가는 길이나 내려오는 길에 한 번쯤 꼭 들러서 다시 먹어볼 생각이다. 이상야릇한 옛날 생각을 더듬더듬 머릿속 어느 구석에선가 끄집어 내어 곱씹으면서…

   그렇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몇 번 동대구역에 가거나 올 일이 있었지만 그냥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양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팽창해버린 역 건물의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옛날의 그 정서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내가 나이를 먹고 둔감해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서글퍼진다.

   냄비우동 한 그릇에 60분 남짓한 시간을 투자하며 즐길 수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너무 아둥바둥 입에 풀칠하는데 바빠서 내 앞에 주어진 자그마한 행복을 즐길만한 여유조차도 사라져버린 현실에 목놓아 마음으로 통곡해 본다.

   기억의 상실은 결국 기억의 저장과 동시에 진행된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없을 듯 싶다.

   단지, 그 정도에 대한 개인적인 편차만이 존재할 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7/02/13 21:43 2007/02/13 21:43
Trackback Address :: http://www.laysys.com/trackback/4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역마살에 방랑벽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을 혼자서 유람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연 7%에 달하는 물가인상률 덕분에 대중교통 운임도 옛날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신흥 교통수단도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2박 3일간 휴가를 다녀오면서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서울과 대구를 오갈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저렴한 것을 이용했는데,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일반고속"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1] 2월 휴가때 승차했던 삼화고속 일반승차권

    
     ※ 서울 ↔ 대구간 대중교통 운임요금표(2007년 2월 12일 현재 기준)
         ○ 일반고속/우등고속/심야우등고속(서울강남-대구): 14,600원 / 21,600원 / 23,800원
         ○ 일반고속/우등고속/심야우등고속(동서울-대구) : 14,800원 / 21,800원 / 24,000원
         ○ 무궁화호/새마을호/KTX(동대구-서울) : 20,000원 / 29,400원 / 38,600원
         ○ 시외버스는 고속버스와 운행구간 중복으로 미운행


   상기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장 비싼 KTX 와 가장 저렴한 일반고속의 운임 차이는 무려 24,000원이다.

   10여년 전 우등고속버스가 새로이 도입되면서 1일 몇 대 꼴로 운행대수가 줄어든 일반고속버스는 앉았을 때 무릎이 닿는 불편함과, 시트를 뒷쪽으로 젖혔을 때 허리의 곡선과 일치하지 않는 불편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등고속과 비교가 되면서 사람들이 외면하는 듯 했으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나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지갑이 얇아진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주가를 한층 높여갔다.

   CRDi 라든가 터보인터쿨러 같은 신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옛날 순정 8기통 또는 12기통, 16기통의 디젤 엔진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일반고속과 우등고속은 편의성의 차이 외에도 소요시간의 차이라는 단점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말 한 마리가 45Kg 의 짐을 짊어지고 30Km 를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27Kg 의 짐을 짊어지고 같은 거리를 가는데 걸리는 최단시간은 분명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 일반고속의 승차정원은 45석, 우등고속의 승차정원은 27석이다 -

   대우자동차에서 생산하는 로얄 크루져 같은 신차들이 등장하면서는 좌석의 배열도 신체구조를 감안하여 어느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면서 차체가 커지게 되었고, 고속국도의 선형개량공사가 많이 완료됨과 동시에 중부내륙선과 같은 고속국도들이 신설되면서, 오늘 탔던 버스처럼 속도제한장치가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 8분만에 서대구 터미널에 나를 내려주는 기염을 토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 다반사가 되어버렸는데…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 서울에서 대구로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약 3시간 45분이었다.

   속도제한장치가 고장났는지 일부러 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120Km/h 이상으로 칼질을 하면서 달리는 심야우등고속을 운이 좋아 타지 않는 이상에는 절대 3시간 30분만에 오는 것은 불가능했었고, 반포에서 궁내동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구간이 조금이라도 막히는 날에는 어김없이 4시간을 찍곤 했던 길이었는데 이제는 평균이 3시간 10분이 되어버렸으니 엄청난 단축이 아닌가?

   그렇지만, 점점 짧아지는 소요시간은 차치하고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에드몬슨식 승차권을 수기 개표기로 '딸깍'하고 끊어내며 탔던 비둘기호 열차처럼 일반고속도 나중에는 속도경쟁과 시간 경쟁에서 밀려 결국 자취를 감추는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것들이 주변에서 사라지고, 그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시내 곳곳에 뚫린 도로교통망이 그렇고, 자고 일어나면 바뀌고 무언가 새로 개발되는 IT 분야의 여러 벤더들이 쏟아내는 아이템들이 그럴 것이다.

   일상속에서 매일 그것을 접하고 사는 사람들은 조그마한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짧게는 한 달에 한 번 길게는 몇 달에 한 번씩 장거리를 여행하다 보면 특히 도심에서 일어나는 건물의 변화라든가 이런 대중교통수단의 변모는 알 듯 모를 듯한 여운과 함께 무언가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런 기록들을 시간의 흐름과 발맞추어 잘 정리해 놓는다면, 분명 후세에는 재미난 자료가 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7/02/12 01:27 2007/02/12 01:27
Trackback Address :: http://www.laysys.com/trackback/3
주드 | 2007/02/12 15: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한동안 일을 하다가 지금 잠시 쉬는 중인데, 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중이거든요.
이 포스트를보니 왠지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Laysys | 2007/02/13 00:38 | PERMALINK | EDIT/DEL
가끔 심장이 머리에서 뛰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때가 있죠.
머릿속을 충동질하는 심장을 지니고 있다는 건 아직 젊다는 반증이 아닌가 합니다.
가까운데라도 훌쩍 떠나서 바람 한 번 쐬고 오세요 ^^;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