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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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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 한 판으로 장정 30명을 울리는 것이 가능할까?

   정답은 "몇 년 전에는 가능했다"가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군대에서"라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면 말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 육해공 상관없이 현역으로 병역을 필하신 분들은 이미 이때쯤 되면 빙그레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머금고 계실거라 생각한다.

   아시는 바와 같이, 그리고 상상하시는 바와 같이 군대조직도 사람 사는 동네인지라 때가 되면 밥짓는 소리와 냄새로 아우성이다. 수십년 전 우리 부모님 세대가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의 배고픈 이야기가 아니라, 힘든 훈련을 마치고 귀영한 뒤 갖는 식사시간만큼 기다려지는 시간은 없을 것이다.

   기준량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기준량에 인원수를 곱해 미리 산출되고 계획된 양이 공급되는 식재료의 제한상 더 먹고 싶어도 더 먹을 수가 없고 -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더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왕왕 생기기도 한다 - 덜 먹고 싶어도 정도껏 먹어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 군대조직이다. 식사시간 또한 표준일과표에 명시되어 있는 일종의 명령이자 지시사항이므로 무단으로 식사를 거르는 일 또한 금기사항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식사를 거르게 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그것은 곧 보이지 않는 국방력의 손실이자 세금의 낭비로 귀결되는 연유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계란 한 판으로 장정 30명을 울리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자. 1,000명이 생활하는 부대에서 1인당 계란이 1개씩 기준량으로 책정되어 있는 요리가 나온 상황을 가정하고, 970명이 식사를 마쳤을 무렵에 누군가 30명이 계란을 1개씩 슬쩍했거나 더 먹은 사실이 발견됐다면 그 뒤에 벌어질 일은 사뭇 자명하다. 특히, 장기간 부대 외부의 야지에서 치러지는 훈련기간중이라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기 짝이 없다.

   통제되고 제한된 영역에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위축될 대로 위축된 오감과 더불어 조그마한 일에도 민감해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환경적응능력 덕택에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970명의 뒤에 식사를 하게 되는 30명이 계란을 먹지 못하는 사실에 대한 반응은 정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게 된다.

   왠지 모르게 섭섭하고, 남들 다 먹는 - 무려 970명이나 앞에 식사한 사람들이 다 먹은 - 계란 1개도 먹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해지면서 갑자기 서글픔이 몰려온다. 이는 단순히 계란에 대한 - 군인 외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흔하디 흔한 - 섭식욕구 해소가 안되어 발생하는 욕구불만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충성클럽(PX)에서 빵이나 냉동식품 등 다른 대체식품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는 있지만, 계란을 먹지 못한다는 그 순간의 정신적인 충격은 오랜 기간 사귀던 연인과 헤어질 때의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과는, 두산 엔사이버 백과사전 고스톱 카테고리에 등재된 형용사(?) 중 "쇼당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격차가 있다.

   '어떤 새X가 내 계란을 먹었을까'라는 의구심에서 비롯돼 서서히 증폭되는, 이미 식사를 하고 간 전우에 대한 불신과 불만, 그리고 심한 경우 증오에서 나타나는 서글픔은 결국, 공룡 코딱지만한 눈물로 승화되는 귀결을 낳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운다고 해서 없던 계란이 다시 생기지는 않는다. -_-b

   중요한 것은 1,000개 중 1개는 "당연히 내 계란"이라는 투철한 소유의식과 지칠줄 모르는 섭식에 대한 애착, - 절대 집착이 아니다 - 그리고 후라이를 해먹을 수 없다는 계란요리 레시피상의 한계 때문에 일어나는, 일종의 "사나이의 로망"에 대한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에 있다. -_-b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부대 규모가 커질수록 계란 후라이를 해먹을 수 있는 확률은, 하루 동안 같은 자동차에 12번 치일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복권 1등 당첨의 그것보다도 더 희박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많은 인원이 먹을 음식에 대한 조리시간상의 문제 때문이다.
   
   육군에서는 - 솔직히 공군이나 해군, 해병은 경험해 보지 않았으므로 육군으로 국한하는 것이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훨씬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을 방지하고 장병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도모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고, 그 효과는 개선되어 가는 식단과 식재료의 품질, 그리고 결과물인 요리의 맛과 영양으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귀한 자식을 나라에 맡기고 2년 동안 노심초사하며 제대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릴 우리네 부모님들의 근심걱정을 덜어주는 길이자,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장정들에 대해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관심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지휘계통과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계급사회인 군의 특성상 다소는 민간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경직된 느낌을 주는 부분이 상존할테지만, 적어도 없어서 못먹던 옛날의 그 시절과는 대비되는 부분이 정말 많이 눈에 띈다. 체력적인 소모를 수반하는 훈련을 할 때면 그 강도를 고려한 고영양식이 나오는 경우라거나, 배가 덜 고픈건지 양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식하고 남기는 모습을 보면, 멀쩡히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가정까지 있는 사람이 밥 굶어죽을 뻔 했던 IMF 구제금융 수혜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구워서 자를 줄 안다고, 굶어 본 사람만이 배고픔에 대한 기억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번쯤은 인생을 살면서 배고픈 시기가 도래해 일정기간 굶주림에 찌들어 보는 것이, 보다 인간이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두서없는 글에 마침표를 찍는다.

   - 일하다 보니 저녁 굶은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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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0 00:40 2007/03/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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