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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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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이기도 하지만, 각 지역별 게이트웨이에 해당되는 터미널이나 역 주변엔 온통 구걸하는 사람들이 어김없이 진을 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구걸 공화국이기도 하다. 나이도 젊고 사지 멀쩡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벌 생각은 안하고 물품 강매를 하는가 하면, 멀쩡하게 집도 있고 차도 있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노른자위 구걸 아지트로 "출근"해서 자식들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하루 일과를 마치는 사례도 지면을 통해 접했던 적이 있다.

   10년전인 1990년대 중후반의 사례를 보면, 서울 반포에 있는 고속터미널 경부선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표를 끊고 승차장에 나가 있노라면, 양팔이 모두 없는 상태로 목에 팻말과 구걸용 모금함(?)을 걸고 와서는 정중하게 예를 갖춘 후에 도움의 손길을 부탁하는 아저씨가 한 사람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불쾌해 하면서 마지 못해 꺼지라는 식으로 던져주는 돈은 도움을 바라는 사람이나 도움을 주려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 적어도 이 사람은 매주 봤지만 불쾌하지는 않았었다.

   1999년에 오너 드라이버가 되면서부터 고속버스 이용이 뜸해졌다가 다시 뚜벅이족으로 돌아간 지금은, 고속터미널은 그대로 있지만 그때 그 아저씨는 어찌된 일인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현역'에서 은퇴했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반면에 요즘은 어떨까?

   며칠 전 주말에 같이 공부하던 선배가 타고 다니던 차를 바꾸면서 2대를 한꺼번에 집까지 끌고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겨 비가 오는 와중에 차를 같이 몰아서 갖다주고는 역에서 서울행 KTX 표를 끊고 밖에서 잠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온다.

   요즘은 세상이 하도 단순무식해서 열받는 일 있다고 기차에서 자고 있던 사람을 난도질 해서 죽이거나, 이유없이 재미로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불특정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푹푹 찔러대고, 맛깔나게 담궈가지고(?) 요단강 건너 북망산천으로 공짜 티켓 끊어서 보내주는 세상이기에 본능적으로 온몸의 촉수를 곤두세우며 경계태세를 취했다.

   그 이후, 그 사람이 다가와서 하는 행동과 말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대 칠 뻔한 상황이 벌어진다.

   "장애인인데 껌 하나만 사주실래요 하나에 천원입니다."

   약 2초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그 인간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면서 몇 가지를 파악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장애인증이 가짜임과 왼손에 들고 있는 후라보X 껌의 가격은 500원이라는 사실. 장애인증이 가짜라는 것은, 너무 인쇄상태가 조악했고 내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그런 형태의 장애인증은 본 적도 없고 만들어진다는 소리도 못들어봤고, 앞으로 만들어 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짜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지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다리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짝다리를 짚고 다리를 떨면서 구걸하지는 않을것이요,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양손에 장애인증과 껌을 다 들고 있을 수는 없다. 열 손가락의 각 마디 또한 정상이었다. 그리고, 조선말을 온게임넷 스타리그 해설자 뺨치는 속도로 매끄럽게 뱉어내는 인간이 장애가 있을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불쾌했던 것은 그렇게 사지 멀쩡하고 3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무려 2배나 남겨먹는 엉터리 장사를 하면서, 이 땅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제약이 많은 환경이지만 열심히 사시는 대다수의 선량한 장애우들을 욕보인다는 점이다. 장애가 있는 것과 생전 첨보는 껌파라의 500원짜리 껌을 천원에 사줘야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결국 나는 손사래를 치며 껌 구매 거부의사를 밝혔고, 껌파라는 이어 1분 동안 예닐곱 명의 행인들에게 똑같은 멘트를 분당 한글 350자의 속도로 쏟아부으면서 강매를 시도했으나 아무도 껌을 사주지 않자, 짝다리를 짚은 채로 팔려고 가져온 것인지 팔다 남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껌들을 정리하면서, 바닥에 침을 찍찍 뱉어내는 쌍스러운 행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거 참 오늘 장사 되게 안되네'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만감이 교차하고 분기가 탱천(?)하려는 걸 억지로 참아내려는 찰나, 무지하게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저쪽에서 꾀죄죄한 몰골과 남루한 행색을 동시에 갖춘, 가히 노숙자 업계의 프론티어라고 할 수 있는 할아버지가 절뚝거리며 어설픈 걸음걸이로 다가오더니, 껌파라 앞에서 멈추곤 엄청나게 불쌍한 표정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저.. 저기.. 동전 있으면 500원짜리 하나만.."

   '할배 나이스 샷!' 이라는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나는 껌파라가 분명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법으로 맞대응하지 않을까 했는데, 내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눈을 부릅뜨다 못해 치켜뜨고, 노숙자 할아버지를 쏘아보면서 껌파라는 이렇게 말했다.

   "죄송한데요 껌 하나만 사주실래요 하나에 천원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아닌가? 영화 넘버 쓰리에 나오는 음유시인적인 표현을 빌자면, "개가 소한테 껌을 강매하고 소가 개한테 삥을 뜯는" 정말 아이러니컬한 상황인 셈이다.

   철도공안 당국은 각성해야한다. 쓸데없이 근무복 입고 대합실 안에 서서 목에 힘주고 서 있는 시간을 좀 줄이고, 역 주변의 이런 유해한 환경요소들을 제거하는 데에도 앞장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하자면, 역이 발전하고 승객수가 많아지려면 대합실과 편의시설이라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역사(驛舍)와 그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의 인프라 또한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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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5 10:55 2007/07/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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