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친척 중에서 생일인 이가 있어 가족들이 모두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 차로 약 20분 - 리조트 겸 수영장에 갈 일이 있었다. 필리핀에서는 무더운 날씨 탓에 거의 십중팔구 모든 이들이 수영하러 리조트에 가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집 근처에는 농수에서 물을 끌어다가 대충 콘크리트 구조물에 페인트만 칠해놓은 풀을 수영장이라고 우기면서(?) 영업하는 곳 밖에 없어 모처럼 장거리 나들이를 나서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리조트라고 부르는 곳도 우리나라의 캐리비안 베이처럼 화끈한 육체미(?)를 자랑하는 비키니 걸들이 산재해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 넓은 부지에 오두막(Cottage)을 몇 개 지어놓고 전기를 끌어다 노래방 기기(Videoke)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휴양시설에 그럴싸한 풀장을 성인용, 어린이용으로 구분해 놓고 미끄럼틀 하나씩 설치해 놓으면 이곳에서는 리조트라고 부른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 장거리 나들이에서 비롯되었다. 현지인들이 사사키안이라고 부르는 지프 형태의 승용차 - 우리나라 군대에서 사용하는 의장용 전투차량을 생각하면 쉬울 듯 하다 - 를 내가 운전하고, 6명의 어른과 2명의 아이들이 같이 승차해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지프에 사람이 꽉 찼기 때문에 일부 음식과 20리터들이 생수는 일행 중에 트라이시클을 가진 사람이 있어 그쪽에다 적재하고 같이 이동을 했고 일행에서 나는 유일한 외국인이다.
동네를 벗어나 인접 타운의 시내를 거쳐 외곽으로 나가자 편도 1차로의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타났고 우리는 모처럼만의 신선한 공기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 도착한 리조트에서 가격조건을 물어본 뒤에 두 번째 대상 리조트로 이동하는 길에 삼거리가 하나 나오는데 우리 일행은 우회전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부터 차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트라이시클을 몰던 일행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갓길로 빠져 먼저 앞서나가 확인을 하러 갔다. 얼마 뒤 반대편 차선으로 빨간 트라이시클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그는 나한테 차를 돌리라는 수신호를 줬고, 나는 단순히 사고가 있어 우회하려나 보다 생각하고 적당한 골목길이 있어 잠시 들어가 정차를 했다.
그러자 트라이시클이 뒤따라와 길다란 성인용 목욕수건을 나한테 던져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이건 또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지, 사사키안에 같이 타고 있던 일행 중 트라이시클 기사의 부인이 잽싸게 내 머리 위에 수건을 덮더니 얼굴 전체를 감싸고 어깨와 팔이 보이지 않도록 상체에 수건을 둘렀다.
결국 나는 여름철 모내기하는 논에서 일하는 일꾼처럼 머리와 상체에 수건을 두른 채로 다시 차를 빼서 가던 길로 운전을 계속했고, 삼거리에 이르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Kuya, Don't look at another direction and the police. Just go straight."
외국인 삥 잘 뜯기로 악명 높은 필리핀 경찰들이 삼거리에서 임시검문소(Checkpoint)를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 차량이 밀리기 시작하자 트라이시클 기사는 검문소가 있음을 눈치채고 먼저 앞서 나가 정말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잽싸게 되돌아와 수건을 던져준 것이다.
수건을 머리와 상체에 두른 이유는,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짧은 옷을 입고 시원한 것을 마실려고 하지 더운데 수건을 두르지 않지만 현지 사람들은 피부가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알고 있고 더위에 익숙해 오히려 더 팔이나 다리를 가리는 점에 착안해 외국인인 나를 현지인처럼 보이도록 분장시킨 것이다. ^^;
미러를 통해 나를 보니 안경만 빼면 완벽한 현지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 피부가 잘 타는데다 얼굴과 팔, 다리의 노출된 부분은 이미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었고, 거기에 목욕수건까지 두르니 현지인 필이 완벽하게 난다.
삼거리에서 검문소에 당도하자 경찰 대여섯 명이 모여서 몇 명은 트라이시클을 붙잡고 단속을, 몇 명은 지나가는 차량들을 수신호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사사키안을 정차시키기에 또 무슨 구실을 대려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반대편 차량이 지나가자 통과하라는 신호를 주는게 아닌가? 나는 여유있게 고맙다는 표시를 수신호로 해주고 검문소를 통과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뒤따라오던 트라이시클이 잡힌 것이다.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일단 나는 내가 몰던 사사키안을 조금 더 직진해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 정차했다. 그런 다음, 혼자뿐인 트라이시클 기사와 사사키안간의 통신을 위해 전령으로 현지인 한 명을 휴대폰을 딸려서 검문소로 걸어가도록 보냈다. 직접 하고 싶었지만, 외국인이라는 게 노출되면 골치아픈 일이 생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Do you have driver's license?"
"Yes, sir. But I left my license at home. I don't have right now."
"I will pawn your motor for a while until you get it."
"No problem, sir."
전령으로 보냈던 현지인의 전언으로 들은 경찰과 트라이시클 기사간의 대화였고, 이후에 그 경찰관은 '집까지 갈려면 멀지 않느냐. 나한테 간식(메리엔다)이나 좀 주면 그냥 가도 좋다'고 꼬드겼다고 한다. 아마 트라이시클 기사가 면허증을 가지고 있었다면, 트라이시클 등록증과 영업허가증을 보자고 했을 것이라 한다. 결국 트라이시클 기사는 100페소를 경찰의 간식값으로 쥐어주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100페소는 우리 돈으로는 3천원이 조금 안되는 돈이지만,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하루 일당이 200페소임을 감안하면 필리핀 현지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돈의 단순가치만을 따질 때에는 페소화 곱하기 100을 해서 비싼지 싼지 생각하라는 말도 있다.
현지인들에게도 이렇듯 집요함과 짜증을 유발하는 원천인 필리핀 경찰이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을 만난다면 일어날 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잘못한 게 없다면야 문제될 게 없지만 삥 뜯기에 이골이 난 인간들이 무언들 조그마한 시비거리 하나 찾지 못할까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나 역시 그럴 경우를 대비해 나름대로의 방비대책을 강구해 놓았다. 차량은 현지인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등록문서 일체를 포함해 내가 저당잡는 형태로 계약서를 쓰고 1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대여했다. 필자가 일종의 전당포가 되어 차량을 가져오고 돈을 빌려주는 형태이다. 이자는 없고, 차를 돌려줄 때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계약이라 문제될 것이 없고 설사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나는 차량과 등록문서, 바랑가이(동사무소) 캡틴과 1명의 추가증인이 함께 서명한 계약서를 갖고 있으니 손해볼 것은 없다. 차량의 감가상각은 계약에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불공정 계약인 점은 미안한 부분이지만, 세상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 :) 차주는 돈이 필요하고 나는 차가 필요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에 성사될 수 있는 계약이니까.
덥고 열악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사키안을 택한 것은, 일반적인 승용차나 승합차의 경우 나 돈 많소 하고 광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데다가 장거리 이동시에는 편안하고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하기에 주로 시장을 보거나 하는 단거리 시내이동의 경우에만 차량을 쓰는 용도로 보다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조립된 차량이지만 엔진은 현대 1,300cc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은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차주는 경찰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커넥션(Connection)을 지역 경찰관서와 갖고 있어 차량에는 차주가 얻어다 부착한 P.N.P(Philippines National Police) 로고가 박힌 스티커도 부착되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 명의로 되어 있는 차량이기에 전화 한 통이면 차주가 알아서 해결해 준다. 일종의 대포차량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준법정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렇듯 필리핀은 엄연히 법치국가이고 민주주의가 발달된 나라이지만, 고질적인 권력계층의 부정부패로 인해 대다수의 서민들은 찢어지게 가난하고, 낮은 임금 덕택에 직업을 갖고 제대로 생활하기가 정말 힘든 곳이다. 또한 심심하면 행패부리는 취객들에게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경찰들과는 달리 굉장히 권위적임과 동시에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 이곳 필리핀의 경찰이다.
그야말로 간식을 사줄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닌가? 1시간 동안 임시검문소를 설치해 놓고 지나가는 트라이시클만 잡아서 간식값을 요구해도 10대는 너끈히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열이면 열 모두 100페소를 주고 더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하루에 한시간 사이드 라인에 1천 페소? 한 달이면 3만 페소. 그네들 봉급보다 많은 돈이다. 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경찰이 되기 위해 뇌물공여도 불사하고 기를 쓰는지 잘 알 수 있다.
참고로 약 5년간 복무한 PO3(Police Officer 3 / Sergeant, 우리나라 경찰의 순경에 해당하는 계급 중 최상위 계급) 의 급여는 세액공제전 약 20,000페소로 3만 페소가 채 되지 않는다. 우리돈으로 약 50만원 정도 된다.
포털사이트에서 환율정보를 조회하면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바로 기준환율과 전신환 매도/매수환율, 현찰 매도/매수환율이다. 부가적으로 요즘은 잘 안쓰이지만 여행자수표에 대한 환율도 있긴 하다. 옛날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 분실해도 조치가 가능하고 안전하다고 해서 여행자수표를 많이 썼다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기준환율은 은행에서 불철주야 1일 24시간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에 이루어지는 외환거래의 기준이 되는 환율이다. 여기에 실제로 외환딜러들이나 FX 마진거래를 통한 개인이 각국의 통화 쌍을 사거나 팔 때에는 스프레드라는 것이 호가에 붙어서 중개해주는 은행이나 호가제공회사(브로커리지)의 마진을 보장해 주는 형태로 외환거래가 이루어진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필리핀의 페소화는 은행에서 직접 송금을 할 수도 없고, 현지에서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페소화를 인출시에 미국 달러화를 반드시 중간에 끼고 환산을 하게 된다.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얘기인지 감이 안오는 분들을 위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필리핀에 입국시에 통화를 소지할 수 있는 한도는 미화 1만불 또는 1만 페소 이상은 가지고 입국할 수 없는데 이는 자국 통화를 보호하려는 필리핀 정부의 세심함(?) 덕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필리핀 현지은행에서 Cirrus 또는 Maestro 등 국내은행과 제휴 발급된 해외사용가능 직불 또는 체크카드를 사용해서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할 때 ATM 기기의 1회 인출 한도는 대체적으로 1만 페소이다. 시티은행이나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 등은 한도가 다르다고 하는데, 필리핀 현지은행은 거의 대체로 동일하게 1만 페소가 1회 인출한도로 정해져 있다.
이때 카드 사용자는 국내의 카드발급 은행과 필리핀 현지은행측에 공히 인출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딱 맞다고 보면 되겠다. 이때 필리핀 현지은행에는 고정적으로 200페소를 지급하게 되는데 ATM 기기의 화면상에 이를 알려주는 문구가 항상 출력되고 동의하면 인출가능, 동의하지 않을시에는 인출이 불가능하다.
바꾸어 말하면 입국시에 1만 페소만 가지고 들어와서 (금일 환율 기준으로 약 28만원 정도) 돈이 더 필요할 때는 수수료 내고 찾아서 쓰시오 라는 얘기가 되는데 문제는 국내에 있는 카드발급 은행에도 수수료를 내야 된다는 부분과, 페소화는 직접결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 1만 페소만큼을 달러화로 환산해서 해외결제 중개회사가 국내은행에 청구를 하고, 국내은행은 다시 이를 달러화에 대한 당일의 원화로 환산해서 통장의 돈을 인출하면서 수수료를 같이 청구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직접 사용해 본 농협에서 발급된 체크카드의 경우 Cirrus 마크가 찍혀 있고, 인출금액에 대해 약 3% 가량을 추가로 가져가는데, 통장에 보면 인출금액은 내가 찾는 금액과 현지은행의 수수료 200페소, 그리고 농협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3% 가량이 합쳐진 상태로 인출이 되는데 국내은행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거의 3%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시티은행의 경우 1달러의 고정 수수료만 지급하면 된다고 하는데 지점이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으므로 잘 고려해 봐야 될 사안이다. SM 같은 대형 쇼핑몰에서도 시티은행 ATM기기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 없는 지점만 골라서 갔을 수도 있지만 Banco De Oro 나 Metrobank ATM은 흔하니 숫적으로 열세가 확실 -
또 다른 문제는 현지 은행에서 인출을 할 경우 아무곳에서나 다 찾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일례로 나는 주로 BDO(Banco De Oro)의 ATM 기기에서 농협 체크카드를 사용해서 예금을 인출하는 편인데, 한번은 비가 오지게 오는 날 BDO ATM 기기가 오프라인이어서 메트로뱅크로 갔더니 거기는 또 현금잔고가 3천 페소밖에 없어서 내 앞사람이 찾고 나니 메트로뱅크도 오프라인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래서 한 번도 가본적 없는 BPI(Bank of Philippine Island) 하고 PNB(Philippine National Bank), Landbank, 차이나뱅크를 모조리 다 가봤는데 그네들 ATM 기기는 "Invalid Card" 메세지만 출력하고 인식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카드에 달린 마그네틱이나 IC칩의 문제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 BancNet 이라든가 은행마다 제휴된 업체가 틀리고 Cirrus, Maestro 등 찾을 수 있는 카드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묻고 또 물어서 결국 차를 타고 약 15분 거리에 있는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PS Bank의 ATM 기기를 이용해서 필요한 나머지 현금을 인출하는데 성공했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여기서 첫 번째 결론은 필리핀에서 돈을 찾을 일이 있으면 달러화 대 원화 환율을 고려해서 좋은 날 좋은 시간대에 찾아야 된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결론은 가급적이면 VISA 나 Master 같은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결제를 하는 것이 좋지만 가맹점이 우리나라만큼 많지 않으므로 필요한 현금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 또, 체크카드나 직불카드를 사용해서 국내은행 계좌의 현금을 곧장 인출할 생각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메트로뱅크, BDO, PSBank 같은 주요은행을 이용해야 카드 종별에 따른 인출 불가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운이 좋게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가게에서 결제를 한다고 치면, 이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1개 이상 제출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 또는 1회 이상 비자를 연장하신 분들은 의무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ACR-I 카드(Alien Certificate of Registration)를 제출하면 문제없다.
그렇다면, 입국할 때 달러화로 다 환전해서 1만불 만큼 들고 가면 되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건 뒷감당 안되는 바보같은 생각이다. 물론 입국시 소지한도는 1만불이 맞지만, 필리핀에서 쓸 돈을 모조리 다 환전할 생각이라면 국내에서 환전할 때 들어가는 환전수수료와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에 대한 위험부담, 그리고 필리핀에서 다시 페소화로 환전할 때 입는 환 손실, 또한 과도한 현금소지에 따른 불안감과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 제고 등 잘 생각해 봐야 될 부분이 많다. 머리의 RPM을 좀 더 올려서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부분.
다음으로 필리핀 입국시에는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만 만들어서 갖고 갔는데 해외결제나 인터넷 국제결제가 되는 신용카드가 필요할 때 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는데 이 말이 다시 적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용카드는 만들기 까다롭지만 해외에서도 이는 공히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Secured Credit Card 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신용카드는 Insecured Credit Card 이다.
이는 신용점수가 현저하게 낮거나 아직 소득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학생들이 신용점수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에서 많이 활용이 되는 방식인데 신용카드를 만들 때 은행에 일정 금액 이상의 예치금(Deposit)을 입금하고 은행이 이를 담보로 VISA 또는 Master 와 같은 신용카드 회사와 제휴해서 카드발급을 해주는 형태이다.
메트로뱅크의 예를 들면, Secured Credit Card 발급에 따른 최저 예치금은 12,000페소인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카드 발급을 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Savings Account 형태의 계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 Savings Account 개설에 대한 최저 예치금이 2,000페소가 더 필요하다.
Secured Credit Card 의 지급 / 결제 한도는 처음 카드를 만들 때 맡긴 예치금의 액수에 대해서 10%를 차감한다. 즉, 14,000페소를 예치금으로 설정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Savings Account 최저예치금 2,000페소를 공제하고 남은 12,000페소에서 다시 1,200페소 만큼을 뺀다는 얘기다. 즉, 10,800페소가 월간 총 결제한도이다. 또한 이 한도 내에서 현금서비스 한도(Cash Advance Sub Limit)가 별도로 주어지는데, 월간 총 결제한도 10,800페소의 30%인 3,240페소가 주어진다.
오늘 환율 기준으로 보면 약 28만원 미화기준으로는 200불 조금 넘는 금액이 되겠다. 뭔가 가전제품을 산다거나 하기에는 적은 돈이지만 대형쇼핑몰에서 먹을거리를 사먹거나 옷 한 벌 사입기에는 충분하다. 또한 현금서비스는 현지인들에게는 큰 돈이지만, 우리돈으로는 약 8만원 정도 되는 돈으로 그리 크지 않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개설하는 저축예금류의 계좌가 바로 Savings Account 에 해당이 된다. 다른 형태로는 Checking Account 가 있는데, 이건 우리나라의 당좌예금 계좌에 해당이 되고 가계수표(Check)를 발행해서 결제를 할 수가 있지만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은행거래 실적이 있어야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Checking Account의 경우 최저 예치금 하한선이 Savings Account에 비해서 높은 편으로 약 10,000페소 내지 15,000페소 선이다. 또한, 수표(Check)를 발행했다가 결제일에 잔고가 없으면 법적으로 곤란한 일을 겪게 되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이트들이 필리핀에 가서 집을 빌리거나 할 때 주인들이 수표를 선호한다고 하면서 1년치 체크를 끊어줘야 된다는 등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대도시에 국한된 문제인 듯 하다. 또는 마닐라의 경우에도 액수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틀리지만 대체적으로 필리핀 현지인들은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Secured Credit Card 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저예치금 12,000페소와 Savings Account 를 개설하는데 필요한 최저 예치금 2,000페소 합계 14,000페소가 준비되었다면 여권과 ACR-I 카드 혹은 국제운전면허증 등 영어로 기재된 신분증 중에서 필리핀 또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것을 2가지 골라 A4 용지에 복사한다. 동네에 잘 찾아보면 Xerox copy 라고 쓰인 상점이 많이 있다. - 주로 시장이나 학교 근처 - 비용은 A4 용지 1장 복사하는데 2페소씩 받는 게 보통이다.
신분증의 복사본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서명(Signature)이 들어간 부분은 선명하게 보이도록 진하게 복사해야 하고 사진이 들어간 페이지는 최대로 흐리게 해서 얼굴의 윤곽이 인식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게 잘못될 경우 진행과정에서 새로운 복사본을 요구받을 것이 분명하니 미리 처음 복사할 때 제대로 주문을 해서 정확한 요구문서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신분증 복사본까지 준비가 되었다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행 업무시간(09:00-15:00)을 고려해서 약간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번잡한 마닐라 같은 대도시에 있는 지점보다는 외곽이나 변두리 혹은 지방의 지점으로 시골지점으로 가면 훨씬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 보아도 도심 한복판에 있는 번화가의 지점에는 항상 사람이 많이 몰리고 이를 상대해야 하는 직원들도 불쾌지수나 짜증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오기 마련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은행에 들어가면 "New Account" 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져 있는 데스크가 있으니 앞에 다른 손님이 없을 때 가서 앉으면 자연스레 시작이 된다. "I would like to make my save & swipe card." 라고 얘기하면 알아서 서류를 내주고 작성해야 하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엄마의 처녀적 성씨까지 기입해야 하는 상당히 번거로운 부분이 있지만 알고보면 별로 적을 게 없다. 그리고, 아마 다른 손님이 없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지점이라면 창구 직원이 왜 당신네들은 미들네임이 없는지 물어볼거다. 결혼해도 성씨가 바뀌지 않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미들네임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없으니 그냥 대충 알아서 얘기해주면 된다. ^^;
서류작성이 모두 끝나면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고, 예치금을 낼 때 Deposit Slip 이라고 쓰인 2장 짜리 청색 먹지를 주는데 Account Name(계좌명의), 서명(Signature) 등을 기재하고 나면 예치금에 대해서 어떻게 입금을 할 것인지 적는 란이 있다. Cash Denomination Breakdown 이라고 씌어 있는 표 부분인데 Denomination, No. of pieces, Amount 3가지 항목을 적도록 되어 있는 부분에 각각 지폐 종류, 해당 지폐의 수량, 해당 지폐의 총액 순으로 기재하면 된다. 동전은 Coins 라고 쓰인 가장 마지막 줄에 수량하고 총액만 기재하면 되니 따로 세자.
예를 들면, 천원 짜리 100장에 10만원, 5천원 짜리 10장에 5만원, 만원짜리 10장에 10만원 해서 합이 25만원이오 하고 적으면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서 Total Cash Deposit 항목의 우측 칸에다 총 예치금액을 기재하면 Deposit Slip의 작성이 비로소 끝난다. 자세히 보면 "This is your receipt when machine validated" 라고 쓰여 있다. 이 부분에서 아하, 나중에 카드를 찾으러 다시 올 때 이 Deposit Slip을 지참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면 정말 훌륭하신 선견지명이다. ^^
이후에는 마스터나 비자 카드사에서 작성한 인적사항에 대해 확인하는 전화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기상이변이나 기타 천재지변으로 인해 우기에는 최장 2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움직이는 여유를 좀 가져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카드가 은행의 자회사인 신용카드계열사에서 완성되면 2주 뒤 정확히 은행에 갔던 그 요일에 AIR21 이라는 필리핀 국내의 특송서비스를 통해 은행에서 작성한 서류에 기재된 집 주소로 배송되고 여권이나 ACR-I 카드를 통해 신분을 확인한다. 이때 봉투 안쪽 종이 뒷면을 보면 "이 카드는 이미 활성화 되어 있으니 서명하시오(This card is already activated. Make sure your signature) 라는 메세지를 볼 수 있다.
메트로뱅크 텔러가 하는 얘기로는, 6개월간 연체없이 꼬박 꼬박 잘 사용하고 대금 결제를 해주면 사용한도가 1회 상향조정 되고 이후에도 6개월 마다 한 번씩 평가해서 변동이 되는 듯 하다. 예치금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된다니 뭐, 나쁠 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반대로 2년간 사용을 하지 않을 시에는 매월 200페소씩 관리비용으로 통장 계좌에서 차감되니 주의 요망.
이건 국내의 신용상태와는 별개로 해외에서 만드는 부분이라 국내에서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되어 있는 분들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 예치금을 맡기고 만드는 것이므로 - 그러나 해외발행 카드라 국내 가맹점에서 승인을 받는 데에는 제약이 따를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이베이(E-Bay) 경매로 물건을 사거나 페이팔(PayPal)을 이용해서 무언가 결제를 하는 경우에는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검색엔진에서 검색해 보면 해외 신용카드 만들어 준다는 브로커들의 광고를 찾아볼 수 있는데 직접 해도 된다. ^^
또한 계좌 개설을 하고 카드 신청을 했다면 인터넷 뱅킹 신청을 안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_^ 메트로뱅크의 경우에는 화요일에 가서 신청서 다 쓰고 낼 서류 다 냈다면 그 주 금요일에 기재한 E-mail 주소로 어떤 아이디를 쓰는지 받을 수 있고, - 신청서에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원하는 아이디만 3가지를 기재한다 - 비밀번호는 임시비밀번호로 쓰이는 단어가 적힌 봉인종이를 텔러로부터 받는다. 사용자가 드물어서 1차에 적은 아이디로 거의 사용가능하다고 보면 되니 일단 시도해 보자. 향후에 메일로 아이디를 받으면 바로 접속해서 임시비밀번호가 있는 종이를 뜯고 이걸 이용해서 사용할 비밀번호로 전환하면 되겠다.
나중에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게 되면 Savings Acount 와 연계해서 휴대폰 Load를 충전할 수도 있고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 같은 각종 공과금 등을 인터넷 뱅킹으로 결제하는 것이 가능하니 운영을 묘를 잘 살린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